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유죄 판단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유무죄를 가른 핵심은 여론조사 실시와 비용 지급이라는 사실만으로 오 시장의 관여까지 인정할 수 있느냐였다. 두 재판부 모두 명태균 씨가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김한정 씨가 비용을 지급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여론조사를 오 시장이 직접 의뢰했는지, 김 씨에게 비용을 대신 내도록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는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1심은 명 씨의 진술과 주변 정황을 종합해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반면 항소심은 명 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는 지난 23일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한정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1심의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사건의 핵심 증거인 명 씨 진술의 신빙성이다. 명 씨는 2021년 1월 22일 창원 장복터널을 지나던 중 오 시장에게서 여러 차례 전화를 받았으며, 오 시장이 나경원 후보를 이기는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가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당시 통화 시간과 여론조사 설문지 파일 전송 기록 등이 명 씨의 설명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봤다. 명 씨가 오 시장으로부터 여론조사를 의뢰받았다고 주장한 시점보다 앞서 관련 설문지 파일이 전송되는 등 조사 준비가 진행된 정황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당시 차량을 운전한 인물이 해당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도 명 씨 진술을 뒷받침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거론됐다. 항소심은 명 씨가 직접 경험한 사실과 추측하거나 과장한 내용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진술이 달라진 경위에도 의문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명 씨가 처음부터 오 시장 관련 혐의를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 오 시장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이후 관련 주장을 본격적으로 내놓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1심은 명 씨의 일부 진술을 신뢰했지만, 항소심은 여론조사 의뢰가 이뤄졌다는 핵심 진술부터 객관적 기록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오 시장의 관여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한 명태균의 진술은 전체적으로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여론조사가 실시된 목적을 둘러싼 판단도 달랐다. 1심은 오 시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하던 상황과 명 씨의 여론조사 실시 경위 등을 종합해 일부 조사가 오 시장의 의뢰에 따라 이뤄졌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명 씨가 오 시장의 요청과 무관하게 정치권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실제 명 씨 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오 시장 측뿐 아니라 당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지상욱 전 의원 등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서울시장 보궐선거뿐 아니라 부산시장 보궐선거 관련 자료도 함께 공유됐다는 점에서 특정 후보만을 위한 조사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여론조사 결과가 오 시장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조사를 직접 의뢰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 씨의 비용 지급 경위에 대해서도 항소심은 오 시장의 요청과 무관한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일 가능성을 검토했다. 김 씨가 명 씨에게 돈을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김 씨가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과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비용을 부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새롭게 드러난 통화 녹취에서 명 씨가 “오세훈이는 몰라예”라고 말하고, 후원자 김 씨가 여론조사에 대해 “원한 것도 아니고 내 혼자 해 가지고”·“나는 시장한테 직접 얘기 들은 것도 없고”라고 언급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김 씨가 명 씨의 연락처를 오 시장이 아닌 강 전 부시장을 통해 알게 된 정황과, 계좌이체 과정에서 부가가치세까지 포함해 돈을 지급한 방식 등도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할 때 김 씨가 비용을 지급했다는 사실과 오 시장이 대납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사건에 의심스러운 정황이 남아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범죄가 증명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김 씨가 명 씨에게 돈을 지급한 사실은 분명하고, 관련자들의 설명에도 의문이 남아 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러한 의문이 곧바로 오 시장의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검사가 제시한 증거만으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 피고인의 설명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검사의 입증 책임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명 씨의 진술이 사실상 핵심적인 직접 증거였지만, 항소심은 그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하지 않고 이를 보강할 객관적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명 씨 진술과 여러 정황을 연결해 오 시장의 관여 사실을 인정한 반면, 항소심은 그 연결 과정에 다른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을 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