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에게 “악귀를 퇴치한다”며 결박한 후 숯불 열기를 가해 숨지게 한 무속인 심모(81)씨에 대해 대법원이 ‘살인죄’를 인정했다. 대법원 3부는 지난달 2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심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심씨는 조카인 A씨가 가게 일을 그만두고 부모가 있는 울릉도로 가겠다고 하자 “모친을 죽이고 싶어 하는 악귀를 제거해야 한다”며 ‘숯불 주술의식’을 하겠다며 A씨를 결박했다. 신도와 자녀를 동원해 철제구조물을 제작한 뒤 A씨를 묶고, 불이 붙은 숯을 가해 열기를 가했으며, A씨가 의식을 잃어도 계속해서 행위를 이어갔다. 결국 A씨는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목숨을 잃었다. 1심은 심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2심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7년으로 형을 감경했다. 대법원은 심씨 등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고 피고인들 사이의 순차적·암묵적 공모도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주술의식’은 지나치게 잔인하고 위험했으며, 40년 경력의 무속인 심씨도 한 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행위”라며 “굿이나 제사 등의 통상적인 무속 행위와 달리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된 의식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술의식으로 악귀를 퇴치하겠다’는 의도와 ‘주술의식으로 A씨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인식은 양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심씨의 자녀들을 포함한 공범 6명은 1심에선 살인·살인방조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25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선 상해치사·상해치사방조죄만 적용돼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