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한 뒤 자신이 1년여간 살다가 아파트를 다시 임대한 집주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는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B씨는 A씨에게 약 3079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게 됐다.
A씨는 2020년 9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를 보증금 6억6000만원에 임차했다. 계약 종료를 앞두고 A씨는 계약갱신 의사를 밝혔으나 B씨는 자신이 직접 거주하겠다며 계약갱신을 거절했다. 결국 A씨는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고 아파트에서 퇴거했다. B씨는 2022년 9월 해당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한 뒤 이듬해 2월 귀국해 2024년 4월까지 거주한 뒤 아파트를 제3자에게 보증금 8억2000만원에 다시 임대했다. 이에 A씨는 B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세입자에게 아파트를 임대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자신이나 직계존속·직계비속의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한 뒤, 갱신됐을 경우의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전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주택을 임대하면 기존 임차인에게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B씨는 실제 해당 아파트에 거주했으며, 계약갱신을 거절할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경제적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재임대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소유한 다른 부동산의 임차인들이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면서 자금이 필요해 아파트를 다시 임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1심은 B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은 B씨가 갱신거절 당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정만으로 재임대가 불가피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B씨에게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B씨의 재임대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임대인이 갱신거절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으로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하였어야 하고,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하는 것이 불가피하였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당한 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