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왕비가 코를 틀어막은 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옆 표지판에선 수문장이 손으로 코를 가리고 연기를 피한다. 고궁 앞에서 담배를 무는 관광객에게 궁의 ‘옛 주인들’이 직접 항의하는 모습이다.
이제석광고연구소가 27일 공익광고 전문가 이제석 대표가 문화유산 주변 무단 흡연을 겨냥한 금연 표지판 5종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금연 표지판은 조선 국왕과 왕비, 문관, 수문장이 담배 연기에 불쾌해하는 표정을 담았다. 이 표정은 원형 금지표지, 삼각형 경고표지, 팔각형 ‘정지(STOP)’ 표지처럼 누구나 아는 교통안전 표지 틀에 얹었다.
문구는 중국어와 영어로 적었다. ‘문화유적 흡연금지(文物古迹 禁止吸烟)’, ‘흡연은 곧 파괴(吸烟即破坏)’ 같은 경고문 옆에 ‘你敬我,我敬你(당신이 나를 존중하면 나도 당신을 존중한다)’라는 문장도 넣었다.
이 대표는 “문화유산은 관광 상품이기 이전에 한 나라의 역사와 정신이 담긴 보물”이라며 “관광객에게 무조건 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보다 이곳에 살았던 조상들이 직접 나와 불쾌감을 드러내면 훨씬 쉽고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인의 태도에 실망했다는 설문을 본 적이 있다며 “우리가 그들을 대하는 태도는 결국 그들의 태도에 달린 것 아니냐고 되묻고 싶었다”고 전했다. 동시에 “우리 문화를 존중하는 관광객은 우리도 기꺼이 존중하고 환영한다는 의미를 담았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을 찾은 외래관광객은 약 1485만명으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 7월에도 한 달 동안 약 161만명이 서울을 찾아 월간 최다 기록을 새로 썼다. 국가유산청 집계로는 지난해 경복궁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이 약 278만명으로, 전년보다 37.3% 늘었다.
연구소는 표지판 디자인을 국가유산청 등 문화유산 관리기관에 무상으로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 일반인도 공익 목적이라면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고해상도 파일을 무료로 내려받아 쓸 수 있다.
이 대표는 칸 국제광고제 등 해외 광고제에서 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2009년 연구소를 세운 뒤로는 줄곧 공익광고를 만들어 왔다.